
[블록체인투데이 정주필 기자]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957만 건에 달하는 법 위반 지적을 받은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대 183조 원에 이르는 과태료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이를 ‘과도한 추산’이라며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최근 “FIU가 두나무에 대해 고객확인제도(KYC) 등 10가지 위반 유형을 지적했고, 이를 법정 상한액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최대 183조 원까지 과태료가 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건별 과태료를 단순 합산한 이론상 수치로, 실제 부과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KYC 위반보다도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가 더욱 중대한 법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FIU 자료에 따르면, 약 900만 건이 KYC 미이행에 해당하며, 두나무는 신고되지 않은 해외 사업자 19곳과 4만여 건의 자산 이전을 중개·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안은 단순 규제 위반을 넘어선 ‘징벌적 제재’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특히 과태료 최대치인 183조 원이 실제 부과된다면, 이는 2018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가상자산 전면금지 시도’를 연상시키는 제2의 ‘박상기의 난’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정부가 디지털금융 강국을 표방하며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로의 도약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과도한 제재는 업계 전반의 신뢰와 생태계 기반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법과 규제를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동일하게 중요한 것은 ‘합리적 규제’와 ‘비례의 원칙’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3월 FIU의 3개월 영업 일부정지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법원은 “처분의 재량권 일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본안 소송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과태료 수위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며, 9월 25일로 예정된 다음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FIU는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자체 판단으로 제재를 의결할 수 있으나, 이번 건만큼은 과잉 규제가 디지털경제 미래를 스스로 저해하는 일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잘못은 바로잡되, 산업은 지켜야 한다.”
가상자산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단속과 징벌에서 벗어나, 혁신과 균형이라는 본래 목표로 회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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