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투데이 디지털뉴스팀] 뉴스1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 시장을 둘러싸고 핀테크, 은행, 중앙은행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만 나왔다 하면 코인·주가가 들썩이지만, 사업 계획은 불투명하고 정책은 걸음마 단계다.
시장의 기대가 과열되자 유관 기관끼리의 '교통 정리'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서둘러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화 코인' 선점 경쟁…핀테크·금융권·한은 '3각 구도' 형성
30일 특허청 지식재산정보검색 서비스에 따르면 이스트에이드(239340)는 이날 △ZUMKRW △ESTKRW △ALKRW 등 9건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출원했다. 이스트에이드는 '알툴'을 만든 이스트소프트(047560)의 자회사로 포털서비스 줌(ZUM)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페이(377300)는 지난 17일 원화를 뜻하는 'KRW'에 카카오페이를 상징하는 'K, 'P' 등의 문자를 조합한 18개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도 최근 'Npay 미디어데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 도입에 빠르게 발맞추겠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 총 17개의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전자이체업, 금융거래업으로 출원했다.
같은 날 카카오뱅크(323410)도 총 4개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하나은행 역시 최근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에 나서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을 추진해 온 한국은행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화폐이기 때문에 한은의 본업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지난 25일 "민간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금융 시장 충격 시 코인런(대규모 인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준비자산이 급격히 매각되면 기존 금융시장으로의 위험 전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주도 디지털화폐(CBDC) 사업은 2차 테스트를 앞두고 잠정 중단했다. 국회·민간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자 한은이 CBDC 사업은 일단 보류한 것이다.
정책·사업 미비 속 '기대감 과열'…시장은 '경고등'
빅테크·은행권 기업들의 상표권 출원이 잇따르자, 관련 주가·코인이 급등하는 등 시장이 과열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가 미비한 가운데, 명확한 사업 계획 없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치솟았다는 분석이다.
상표 출원 이후 주가가 급등한 카카오페이는 지난 24일과 26일 한국거래소(KRX)에서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3년 전 업무협약(MOU)을 맺은 어댑터토큰(ADP) 코인은 전날 빗썸에서 하루 만에 약 25% 급등했다. 카카오 테마 코인 카이아(KAIA)도 지난 9일부터 약 2주 동안 96%가량 폭등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결제와 접점이 있는 핀테크 등 관련 분야 전반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아직 정책적으로 확정된 사안이 없어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 역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표를 출원 신청했다"며 "관련 법제화와 국내외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상표권 출원이 해당 은행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테마 코인의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표만 쌓이는 시장…"스테이블코인 제도화·기관 조율 시급"
일각에선 아직 제도·사업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표권 선점 경쟁만 과열되는 것은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관 기관들 사이의 '교통 정리'와 함께 실효성 있고 건설적인 제도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여러 유관 기관의 협업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글로벌 흐름을 보면 빠르게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인데, 이제 막 정부가 꾸려지고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대표는 "은행들도 새 정부 출범과 시장 개방 기대감에 상표권을 대거 출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사업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책적인 로드맵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발의한 상태다.
또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다음 달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기자본 요건을 '10억 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감사·공시 등 세부 사항을 규정한 디지털자산혁신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에는 한은이 금융위원회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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